프론트엔드 엔지니어링을 선택한 이유
왜 개발직군을 선택하셨나요? 왜 프론트엔드인가요?
사실 프로그래밍을 업으로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개발, 그 중에서도 화면을 담당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을 선택하게 된 건 우연이 겹쳐서라기보단 필연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. 한 편의 글이라기보다는 글뭉치에 가까운 것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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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술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들에 감동을 느끼곤 했다. 좀 사소하고, 자질구레한 문제와 닿아있는 것들에 특히 그랬다. 예를 들면 뉴럴 엔진으로 배경을 블러 처리하고 피사체에 오토포커스를 해서 인물 사진을 멋지게 찍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좀더 멋진 기능이겠지만, 그 기술을 활용해 배경화면에 설정할 수 있게 된 심도 효과 기능 같은 것들이 내 마음을 많이 움직였던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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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등학교 때 네이버 카페 대문을 꾸미면서, 학창시절 미디어 아트를 복수전공하면서 했던 프로그래밍은 어쨌든 표현에 관한 것이었다. 모션캡처 장비를 사용한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, 게임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, 웹 개발을 하면서 여러 매체를 다뤄 보았다. 웹이라는 매체의 파급력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. 링크 하나로 불특정 다수에게 어떤 문서를 복제해서 “배포”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것이었다. 하물며 여기에 기술만 있다면 문서가 영상이 될 수도, 경험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웹이라는 매체의 파괴력이 아닌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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UI는 기술과 인간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접점이다. 기술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부차적인 것이지만 기술의 난해함을 가리면서 기술에 인간성을 부여한다. 사용자가 UI를 통해 기술과 상호작용할 때 그 원리가 되는 기술이 어떤 것인지 모를수록, 또 알 필요가 없을수록 훌룽한 UI다. 그런 측면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은 기술로 인간적인 측면의 요구사항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. 애니메이션, 페이지를 전환할 때 화면 깜빡임, 초기 화면에서 어디까지 한 번에 보여주고, 어디부터는 로딩하도록 할지 결정하는 부분 같은 것들. 그리고 그런 것들을 개발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일들이 즐겁다.